환자가 치료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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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책소개
100년의 힐링파워
정신분석은 치유다.
J.D 나지오 지음 ( 임말희역 2018)
본문중
4장 치유는 수수께끼로 남는다.
환자가 치유되 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
지금까지 해온 얘기들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군요. 저는 중 요한 질문 하나에 답하면서 이 책을 맺고 싶어요 환자가 치유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물론 어떤 환자도 완벽하게 치유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정신분석은 다른 치료법들이 하는 것처럼 모든 환자를 치료한다거나 확정적으로 치료하지도 않지요 고통의 한 조각은 항상 남아있을 테니까요. 삶에 내재돼 있는,생명에 필수적인 고통들은 여전히 남지요. 고통 없이 사는 건 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더 이상 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지표들은 있어요. 내담자의 사람됨은 바뀌지 않았어도 그 영혼은 변화된 것이죠. 구체적으로 뭐가 변한걸까요? 분석 받기를 잘했다며 행복한 모습으로 치료를 종결한 모든 내담자들을 떠올리면서 이 질문에 답해보지요.
- 회복된 환자는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자기의 장점을 과장됨 없이 소중히 여깁니다. 자신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인간도 최고로 뛰어난 인간도 아닙 니다.
- 회복된 환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에,자기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더 관대합니다. 정신분석의 과제는 사람들을 정상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들 안에 비갈등적인 내적 대화가 일어나도록 촉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갈 맛이 나게 해주는 것이죠.
- 회복된 환자는 잃는다는 것이 결코 모든 걸 잃는다는 뜻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살아있는 한 모든 것을 잃은게 아니라는 것을. 이러한 깨달음은 불가피하게 닥쳐오는 인생의 시련들을 이겨 나갈수 있게 해주죠.
- 회복된 환자는 애처럼 구는 걸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성숙한 남성이나 여성이 된다는 것은 아동 기로 퇴행할 줄 안다는 것임을 이해해요 자신이 원할 때 스스로 애처럼 굴어도 모멸감을 느끼지 않지요. 치유 되었다는 것은 과거에 나였고 지금도 내 안에 사는 그 아동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 여성이건 남성이건 회복된 환자는 자신이 의존돼 있다는 느낌을 불편해하지 않아요 훈육에 따르고,상사의 명령에 복종하고,남편이나 아내의 지시에 따른다 하더라도 자신이 종속돼 있다고 느끼거나 모멸감을 느끼지 않지요. 아이처럼 구는건 우스꽝스럽다거나 의존돼 있는 자기 모습을 보이는 건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 야말로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으로,이는 환자가 아직 신경증에서 못 벗어났다는 증거지요. 이 두 치유의 지표들을 한 데로 묶어보면,치유되었다는 것은 유치하게 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자신이 의존돼 있다는 느낌을 부 끄러 워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걸 뜻해요.
- 회복된 환자는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이 있고, 타협할 줄 알며,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서로 이어주는 사랑을 가꿀 줄 알고 나아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돌볼 줄 압니다.
- 회복된 환자는 종종 불안 분노 질투에 압도당하지만 내적으로 통합된 느낌이 듭니다. 따라서 자기 내면에 모순 된 움직임들이 공존하게 할 수 있지요. 사랑과 증오, 용기와 비겁,관대함과 이기심,겸손과 오만 등 많은 대립 되는 충동들을 자기 내면에 공존시킬 수가 있지요
- 회복된 환자는,일어난 그 사건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건을 살아내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 회복된 환자는 어려운 일이 닥쳐와도 덜 요동하게 되고 보다 빠르게 회복합니다. 어떤 일도 결정적이거나 절대 적이거나 완전하지 않다는 걸 깨우쳤기 때문이고,자기 안에 언제나 확고한 자원들이 있다는 걸 알아냈기 때문이지요. 치유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비극적인 사건이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일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뜻입니다.
치유라는 신비
정신분석과 치유에 대해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 얘기 한 것 같습니다. 성찰을 마치면서 우리가 이 책에서 제기 했던 모든 질문을 하나로 묶어주는 질문을 한가지 더 나누고 싶군요. 환자의 상태가 왜 저렇게 확연히 좋아졌는지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급격히 호전된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저는 치유를 고집스레 추구하진 않아도 환자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편입니다. 신경증에서 회복에 이르도록 해주는 치료의 규약은 모두 존중하지요. 다시 복습해 볼까요.
관찰하기.
환자의 불행 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정신내적인 탐사를 행하는 치료자를 본받아 환자도 상담회기들을 통해 주기적으로 자기 성찰에 들어감.
분석가가 본인 내면으로 들어 감으로써 환자에게 자기 내면을 탐사하도록 길을 열어준 다음,환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그의 무의식에 억압돼 있는 감정들을 찾아내 환자에게 전달함. 이렇게 해석을 통해 환자가 자신에 대해서 갖고 있는 부정적인 지각을 알아차 리게함. 이로 인해 증상이 감소됨.
치료가 끝나면서 내 담자가 자기 삶에 왕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게 됨.
지금까지 환자와 분석가가 함께 따르는 치료 규약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치료 프로토콜은 환자를 분명히 좋아 지게 하지요. 하지만...
치유의 궁극적인 동력이 무엇인지 는 저도 모릅니다. 이건 주저 없이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죠.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치유는 분석가들에게도 수수께끼로 남아있어요 정신분석의 온갖 이론은 이 질문에 대답 하려는 거대한 시도에 불과하지요 분석가들은 고통에서 해방된 환자와 마지막 회기를 마치고 스스로 자문합니다. 더 이상 내 환자가 아닌 내담자와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상담실의 문이 닫히는 걸 보면서 분석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환자가 저 렇게 잘 지내게 된 데는?’ 모든 성공적인 치료끝에서 저도 항상 이 같은 질문을 던지지요 딱히 답은 찾지 못하면서...
그러니 분석가가 자신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슬로건은 앙브루아즈 파레의 유명한 격언에서 따올 수 있지 않을는지 ? “나는 그에게 붕대를 감았고, 신은 그를 치료했 다.” 저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책을 맺고 싶어요 “나는 분 석가의 무의식을 동원해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환자를 경청합니다. 그러나 그를 치유하는 분은 알 수 없는 그분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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